지혜의 말 : 오늘의 깨달음

한나 아렌트 – 악은 평범하게 다가온다

WooWaMoM(우와맘) 2025. 8. 2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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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nnah Arendt – The Banality of Evil

우리는 흔히 '악'을 상상할 때 극단적인 폭력, 특별히 잔혹한 인물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우리가 경계해야 할 악은 오히려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무심한 태도 속에서 다가온다고 말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녀의 사상을 바탕으로 시대적 배경, 의미, 실천 방법을 살펴보고, 현대 사회와 개인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한나 아렌트 – 악은 평범하게 다가온다


1. 철학자의 말: "악은 평범하게 다가온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는 정치철학자이자 사회사상가로, 1963년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Eichmann in Jerusalem)에서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나치 전범 재판을 직접 참관한 그녀는, 전범 아이히만이 특별히 사악한 괴물이 아니라 '평범한 관료'처럼 보였음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상부의 명령을 따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려 했을 뿐, 자신이 저지른 행위의 윤리적 결과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렌트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악은 괴물 같은 사람만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음'과 '책임 회피' 속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 시대적 배경: 나치 독일과 전범 재판

아렌트가 이 개념을 제시하게 된 배경은 2차 세계대전 후의 나치 전범 재판이었습니다. 특히 아이히만 재판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는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강제 수용소로 이송하는 계획을 담당했지만, 법정에서 "나는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사회적·정치적 구조 속에서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대량 학살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이 맥락에서 아렌트는 개인이 스스로 사고하지 않고, 책임을 조직이나 권위에 전가할 때, 악은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에 스며든다고 강조했습니다.


3. 철학적 의미: 악의 평범성

‘악은 평범하다’는 말은 단순히 악이 흔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아렌트는 악이 일상적이고, 심지어 무의식적인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대개 악한 일을 할 때 ‘나는 나쁜 일을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역할, 직업, 혹은 권력 구조에 순응하는 과정에서 무비판적으로 행동합니다.

이 관점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누군가의 부당한 대우를 모른 척하거나, 사회적 차별 구조를 그대로 따르는 것 역시 ‘작은 악’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반복되고 쌓이면 사회 전체를 무너뜨리는 거대한 문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4. 실천 방법: 작은 책임에서 시작하기

악의 평범성을 인식하는 것은 단순한 철학적 사유를 넘어 삶의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음은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입니다.

  • ① 스스로 사고하기: 권위자의 말이나 다수의 의견을 그대로 따르지 말고, 그것이 타인에게 어떤 결과를 미칠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② 작은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기: 직장에서의 따돌림, 일상에서의 차별 발언 등을 외면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은 악’을 방치하지 않는 것이 큰 악을 막는 길입니다.
  • ③ 책임을 나누지 않기: “남들도 다 하니까”라는 말은 책임 회피의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각자 자신이 행하는 일의 윤리적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학 시절, 조별 과제에서 특정 학생이 배제되는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모두가 "어쩔 수 없다"고 말했지만, 결국 그 학생은 학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때 제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아렌트의 사상을 접한 이후, 저는 그때의 침묵이 바로 ‘악의 평범성’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5. 결론: 일상의 선택이 만드는 세상

한나 아렌트가 남긴 “악은 평범하게 다가온다”는 말은 우리 각자가 일상의 작은 선택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일깨워 줍니다. 악은 멀리 있는 괴물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평범함’ 속에서 피어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일상에서 사고하고, 책임을 지고, 작은 부당함에 맞서는 용기를 내야 합니다. 그것이 거대한 악을 예방하고,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생각해볼 질문

  • 나는 일상 속에서 ‘작은 악’을 외면하거나 침묵한 경험이 있는가?
  • 권위나 다수의 의견 앞에서 내 생각과 양심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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