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ogenes Searching for an Honest Man Even in Daylight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Diogenes of Sinope, BC 412~323)는 키니코스(Cynics) 학파의 대표적 인물이자, 사회의 위선과 허영을 날카롭게 비판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가장 유명한 행동 중 하나가 바로 한낮에도 등불을 들고 다니며 “정직한 사람을 찾고 있다”고 선언한 일화입니다. 이 행동은 단순한 기행이 아니라, 정직이 얼마나 드문 덕목인지, 그리고 사회가 얼마나 위선과 욕망으로 가득한지를 보여주는 철학적 퍼포먼스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디오게네스의 시대와는 전혀 다른 세상, 즉 디지털과 SNS가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찾던 ‘정직한 사람’은 여전히 쉽게 발견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SNS는 꾸며진 이미지와 편집된 진실이 넘쳐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디오게네스의 등불을 오늘날 우리가 SNS에서 켠다면, 과연 ‘정직한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정직과 SNS를 중심으로 현대판 사례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우리가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까지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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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오게네스의 메시지: 정직은 왜 낮에도 찾아야 하는가?
디오게네스가 등불을 켠 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사회 전체가 위선과 욕망으로 가득 차 있어서, 정직한 사람을 찾는 일이 마치 한낮에도 불빛이 필요한 일처럼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정직은 드문 보석과 같다”는 풍자였습니다.
오늘날에도 정직은 드물게 느껴집니다. 특히 SNS에서는 정직보다 ‘매력적 보이기’, ‘인정받기’, ‘팔로워 늘리기’가 더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실제 삶을 보여주기보다 ‘꾸며진 나’를 드러내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디오게네스가 살아있다면, 그는 아마 스마트폰 화면 앞에서 등불을 켜고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 “여기 정직한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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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NS와 정직: 꾸며진 이미지의 세계
(1) 인스타그램의 ‘완벽한 삶’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일상’이 아니라 ‘이상적으로 보이는 순간’입니다.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 완벽한 카페 한 컷, 정리된 책상, 건강한 아침 식사… 그러나 그 뒤에는 지루한 일상, 불안, 실패가 가려져 있습니다. 정직보다는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가 더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입니다.
(2) 유튜브 브이로그의 ‘편집된 진실’
유튜버의 일상 브이로그를 보면 삶이 항상 활기차고, 집은 깔끔하며, 인간관계는 따뜻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삶은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부분이 훨씬 많습니다. 정직은 편집의 가위질 속에서 사라지고, 남는 것은 “완벽한 사람”이라는 허상입니다.
(3) 틱톡과 숏폼 문화의 과장
틱톡이나 릴스 같은 짧은 영상 플랫폼에서는 ‘자극적인 장면’만이 살아남습니다. 진지한 고민이나 정직한 고백은 길고 지루하다고 외면받기 쉽습니다. 대신 과장된 반응, 재미있게 꾸민 설정, 과도한 편집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것’처럼 소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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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직이 사라지는 이유: SNS 알고리즘의 작동
SNS에서 정직이 드문 이유는 단순히 개인의 성향 때문만은 아닙니다. 플랫폼 자체가 ‘정직보다 매력’을 우선시하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좋아요와 조회 수: SNS는 ‘정직한 기록’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더 널리 퍼뜨립니다. 결국 정직은 묻히고, 과장이 살아남습니다.
- 팔로워 경쟁: 더 많은 팔로워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포장합니다. 정직한 나보다 ‘이상적인 나’를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 비교의 문화: 다른 사람의 ‘하이라이트’와 자신의 ‘일상’을 비교하다 보면, 나도 거짓된 이미지로 나를 포장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게 됩니다.
즉, SNS는 ‘정직’을 보상하기보다 ‘꾸며진 이미지’를 보상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디오게네스가 낮에도 등불을 든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가 지적한 위선의 구조가, 디지털 공간에서 새롭게 재생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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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대판 사례: 정직을 드러내는 시도들
그러나 모든 것이 위선과 과장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SNS 속에서도 정직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 ‘노 필터(No Filter)’ 운동
인스타그램에서 화장이나 보정을 하지 않은 얼굴, 필터를 쓰지 않은 사진을 공유하는 운동이 있었습니다. 이는 꾸며진 이미지를 거부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자는 시도였습니다.
(2) 실패 공유하기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의 실패 경험을 숨기지 않고 공유합니다. ‘망한 프로젝트’, ‘불안과 우울을 겪은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들이 정직하게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3) 미니멀리즘·디지털 디톡스 운동
꾸밈과 과장 대신, 불필요한 것들을 줄이고 진짜 중요한 가치에 집중하는 삶을 공유하는 콘텐츠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정직한 삶’이 단순히 말뿐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가치임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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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실천 방법: SNS에서 정직을 지키는 작은 습관
- 꾸밈 없는 게시물 올리기 완벽하게 찍은 사진 대신, 일상의 작은 순간을 솔직하게 기록해보세요. 예: 지저분한 책상, 실패한 요리, 힘든 하루를 담은 글.
- 숫자 중심에서 의미 중심으로 전환 좋아요 개수나 팔로워 수가 아니라, “이 글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누군가에게 진짜 도움이 될까?”를 기준으로 게시물을 작성하기.
- 디지털 자율성 훈련 일정 시간 ‘SNS 비활성화’를 통해, 타인의 호명(팔로워, 좋아요)에 휘둘리지 않고 내 목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 정직 챌린지 만들기 친구나 팔로워와 함께 ‘오늘 하루 나의 진짜 모습 공유하기’ 같은 작은 챌린지를 시도해보세요.
- 자기 성찰 질문 던지기 글이나 사진을 올리기 전 스스로에게 묻기: “이건 내 삶의 진실을 담고 있는가, 아니면 보여주기 위한 포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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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결론: 디지털 시대의 등불
디오게네스는 고대 아테네에서 낮에도 등불을 켜고 정직한 사람을 찾았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SNS 속에서 정직은 여전히 희귀한 보석입니다. 하지만 등불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그 등불은 바로 내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그리고 정직을 선택하는 작은 실천입니다.
정직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도덕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탱하는 내적 힘입니다. SNS라는 디지털 광장에서 우리가 조금 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때, 디오게네스가 찾던 ‘정직한 사람’은 더 이상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
생각해볼 질문
- 나는 SNS에서 얼마나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고 있는가?
- 오늘 내가 올린 게시물은 정직한 기록인가, 아니면 꾸며진 이미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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