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re brings suffering, satisfaction leaves emptiness
“인간은 의지의 존재다. 그리고 의지는 끊임없이 욕망한다.”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인간의 본질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욕망을 멈추지 못하는 인간이 필연적으로 고통 속에 살 수밖에 없다고 보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간절히 원하던 것을 얻어도 곧바로 그 기쁨이 사라지고, 텅 빈 공허감이 뒤따른다는 점입니다. 그가 남긴 문장, “욕망은 고통을 낳고, 만족은 공허를 남긴다”는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구조를 날카롭게 드러낸 통찰입니다.
오늘날 소비사회와 SNS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쇼펜하우어의 말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를 절감합니다. 원하던 물건을 사고, 성취를 이루고, 인정을 받아도 곧 더 큰 결핍이 찾아옵니다. 이 글에서는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시대적 맥락에서 살펴보고, 불교와 현대 심리학과 비교하며, 나아가 소비사회 속 구체적 사례로 풀어보겠습니다. 마지막에는 우리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천 팁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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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학자의 말
쇼펜하우어의 문장은 인간의 욕망 구조를 단순하지만 본질적으로 설명합니다. 욕망이 충족되지 않으면 고통스럽습니다. 그런데 충족되면 곧 지루함과 공허감이 찾아옵니다. 결국 인간은 고통과 공허 사이를 끝없이 오가게 됩니다. 그는 이를 ‘의지의 비극적 구조’라 불렀습니다. 새로운 차를 사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며칠 지나면 또 다른 모델이 눈에 들어오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일이 바로 그의 말이 현실임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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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대적 배경
쇼펜하우어는 19세기 독일 낭만주의와 산업혁명이 교차하던 시대에 살았습니다. 유럽 사회는 물질적 풍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지만, 동시에 빈부격차와 경쟁이 심화되고 있었습니다. 당시 철학자 헤겔은 역사를 합리적 발전 과정으로 낙관적으로 설명했지만, 쇼펜하우어는 정반대로 인간 삶의 근본을 ‘비극적 욕망’에서 찾았습니다. 그는 서양 철학 전통뿐 아니라 인도의 우파니샤드와 불교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불교의 “욕망이 곧 고(苦)의 근원이다”라는 가르침은 그의 철학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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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의미
이 말의 의미는 단순한 비관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직업적 성공, 경제적 성취, SNS에서의 인정, 새로운 소비 등을 통해 자신을 만족시키려 합니다. 하지만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이런 성취나 소유는 오래 가지 않습니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 현상은 우리가 어떤 큰 보상을 얻어도 금세 익숙해져서 행복감이 줄어드는 것을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로또 당첨자들의 행복감은 몇 개월 뒤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결국 욕망을 충족한다고 해서 행복이 영속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현대 심리학에서도 확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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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대 소비사회와 연결
소비사회는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광고는 “당신이 이 제품을 가지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속삭입니다. SNS는 타인의 삶과 비교하게 만들며 새로운 욕망을 키웁니다. 그러나 이러한 욕망 충족은 대부분 일시적입니다. 새 휴대폰을 샀을 때의 설렘은 며칠 가지 않고, 명품 가방을 사도 곧 다음 시즌 제품이 눈에 들어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이들이 ‘쇼핑 치료(shopping therapy)’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합니다. 실제로 순간적 기분 전환은 되지만, 신용카드 명세서를 받는 순간 다시 고통이 찾아옵니다. 쇼펜하우어가 말한 고통–만족–공허의 순환 구조가 소비사회에서 그대로 반복되는 것입니다.
또한 SNS는 욕망의 무대를 확장시켰습니다. ‘좋아요’ 숫자와 팔로워 수는 현대판 사회적 지위처럼 작동합니다. 하지만 인정을 받을수록 더 많은 인정을 갈망하게 되는 ‘끝없는 욕망의 미끄럼틀’에 오르게 됩니다. 만족은 곧 허무로 변하고, 더 큰 욕망이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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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불교·심리학과 비교
쇼펜하우어는 불교의 사성제와 크게 닮은 사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불교에서는 삶을 ‘고(苦)’라고 규정합니다. 그 원인은 욕망(집, 集)에 있고, 그것을 내려놓음(멸, 滅)을 통해 해탈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쇼펜하우어 역시 욕망을 줄이는 삶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다만 그는 신의 은총이 아닌 예술과 철학, 금욕적 삶을 통해 욕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 심리학 역시 같은 맥락을 보여줍니다. 긍정심리학에서는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가 외재적 보상보다 행복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돈이나 명예 같은 외적 욕망은 만족을 줘도 곧 시들지만, 자기 성장, 관계의 깊이, 의미 있는 활동 같은 내적 욕구는 장기적인 행복을 제공합니다. 이는 쇼펜하우어가 강조한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통찰과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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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실천 방법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에서 어떻게 욕망과 공허의 순환을 줄일 수 있을까요? 구체적 실천 팁을 제안합니다.
- 감사 일기 쓰기 – 매일 밤 오늘 감사한 일을 3가지 기록하세요. 이미 가진 것에 집중하는 습관은 새로운 욕망에 휩쓸리지 않도록 돕습니다.
- 디지털 절제 – 하루 30분만이라도 SNS를 끊고, 산책이나 독서를 해보세요. 외부의 자극에서 벗어나야 내적 만족을 느낄 수 있습니다.
- 경험에 투자하기 – 물건보다 경험을 선택하세요. 가족과의 여행, 친구와의 대화, 배움의 과정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 몰입 활동 찾기 – 운동, 음악, 그림, 글쓰기 등 ‘플로우(flow)’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찾으세요. 몰입은 욕망 충족이 아닌 현재에 머무는 기쁨을 줍니다.
- 소박한 삶 실험하기 –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소비를 줄이고, 필요한 것만 사용해보세요. 덜 가질수록 더 자유롭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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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개인적 사례
저 역시 한동안 새로운 책과 도구를 사는 데서만 만족을 찾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곧 공허감이 찾아왔습니다. 어느 날부터 ‘오늘 가진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놀랍게도 책을 사는 행위보다, 아이들과 함께 그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깊은 만족을 주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쇼펜하우어가 말한 “욕망의 충족은 공허로, 그러나 자각은 새로운 길로”라는 의미를 직접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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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결론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인간을 단순히 비관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욕망이 인간의 본질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구조를 자각하고 욕망을 줄여 나갈 때 새로운 자유가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소비사회와 SNS 시대에 그의 통찰은 더 절실합니다. 끝없는 욕망의 사다리를 오르는 대신, 지금 가진 것을 음미하고, 의미 있는 경험에 몰입할 때 우리는 고통과 공허의 굴레에서 한 발짝 벗어날 수 있습니다.
오늘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 나는 지금 어떤 욕망에 쫓기고 있는가? – 그것이 충족된다면, 진짜 행복해질까? 아니면 곧 또 다른 결핍이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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